영어 일본어
“영어는 일본말”
“영어는 일본어다.”
영어를 쓰는 나라들에서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 믿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런 주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논리로 그렇게?”하고 궁금해할 것이다.
논리의 바탕에는 대동아공영권이 있다. 일제는 군대로 정복한 땅을 모두 ‘일본 땅’이라고 선언했고 그 안의 문화와 언어를 일본의 것으로 인식했다.
일본은 싱가포르까지 식민지로 삼았다. 소위 대동아공영권 안에는 영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일본은 이때다 싶어 과감하게 영어를 일본어에 귀속시켰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영어는 일본어다. 우리 대일본제국의 세력권 안에서 통용되는 영어는 확실히 일본어의 한 방언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이후 국어의 일부로서 당연히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 ‘영어 학습상의 마음가짐’, <학생>, 1943년 11월호
영어를 공부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에게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적성어’라는 이유로 영어를 배격하려는 자가 세상에 끊이지 않는 것은 국가를 위해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일본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물쩍 ‘일본이 원로’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많다.
한국 음식 중에서 김치볶음밥, 닭갈비, 냉면, 불고기를 일본 것이라고 우긴다. 그 외에도 일본 덕에 생겨났고, 일본이 주류로 행사한다고 주장되어지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대동아공영권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참고>
하야카와 타다노리, <신국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결전생활>, 송태욱 옮김, 서커스,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