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음식
콩나물과 회, 감자... 그리고 바다
음식에는 삶의 이야기가 닮겨 있다. 바깥에서 전래된 음식을 통해 무역 혹은 문화 전파의 경로를 확인할 수 있고, 동일한 식재료를 사뭇 다르게 활용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문화의 차이도 인식된다.
오렌지(라임)와 양배추 절임, 감자, (콩) 콩나물, 회 혹은 육회를 하나로 꿰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다’다. 대항해 시대 혹은 그 이전에 바다로 나갈 때 반드시 필요한 음식이었다. 비타민 부족은 괴혈병을 불러왔다. 1740년에 영국 해군이 실시한 4년간의 아메리카 원정에서 1,955명의 선원 중 1,321명이 죽었다. 전투로 죽은 사람이 4명인데, 997명이 괴혈병 환자였다.
서구에서는 대항해 시대에 돌입하면서 소위 ‘비타민 음식’이 재발견되었다. 오렌지와 라임에 주목했다. 18세기 중반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린드라는 의사가 괴혈병에 감귤류와 과즙을 먹으면 된다고 처방을 했다. ‘비타민’의 주조를 분석한 것은 1930년대였으나 비타민 음식에 대한 인식은 이때부터 있었던 거였다. 주목은 라임이 받았으나 양배추 절임과 감자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슬람과 동양에서는 이보다 더 일찍 비타민 섭취법을 알았다. 콩나물이었다. 비슷한 숙주나물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콩나물을 주로 먹는다. 왜 콩나물을 좋아할까? 숙주보다 콩이 더 키우기 쉬운 까닭이다. - 어느 경상도 할머니의 증언이다.
또 하나는 회 또는 육회다. 북극 원주민들은 고기를 날로 먹었다. 비타민 때문이었다. 1848년에 북극 탐험에 나선 프랭클린(John Franklin,1786)은 라임주스가 상하는 바람에 비타민을 섭취할 방법이 없어졌음에도 원주민들의 ‘야만적인 습속’을 거부했다가 전원 사망했다.
아시아에서 콩나물을 더 즐겨 먹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이 유일해 보인다. 일본의 ‘사시미’ 문화는 임진왜란 때 조선의 회 먹는 풍습이 넘어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감자는 16세기에 들어서야 유럽으로 들어왔고 이후에 세계로 전파되었다.
양배추 절임인 사우어크라우트는 중국에서 시작해 몽골을 거쳐 독일로 전파됐다. 이 음식은 겨울철 중요한 비타민 공급원이자 선원들의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단 말이 있었다. 음식은 가깝고 역사는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음식 속에 역사가 있고, 음식이 전하는 역사 이야기는 어쩌면 그 어떤 증거보다 확실한 근거를 가진 역사적 기술일지도 모른다.
참고>
21세기 연구회, <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 출판미디어컴퍼니쿠켄,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