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서와 여행

짱구는옷말려요 2019. 10. 11. 09:59


독서와 여행





여행과 독서는 ‘필수’
  길을 떠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과 책 읽기는 닮은 점이 많다. 아무리 익숙한 길을 가고, 읽었던 책을 다시 펴들더라도 거기엔 새로운 것이 나오기 마련이다. 한동안 잊고 있던 사실이 새롭게 떠오르기도 하고 보고도 못 본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기도 한다.
 




1531년 금강산에 유람을 떠났던 성제원이란 사람은 너무 흥분돼서 잠도 못 이루는 경험을 했다. 인적이 드문 계곡(구룡연)에 들어갔다가 노숙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는 평평한 돌 위에 나뭇가지로 작은 임시 거처를 마련해 그 안에 누웠다. 정신이 맑아지고 흥이 일어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었다고 고백했다.

 

 




 밤새 잠을 못 이루는 ‘현상’은 독서하는 사람도 경험하는 일이다. 전혀 뜻밖의 내용과 마주치면 잠이 싹 달아나기 마련이다.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가야산에는 유기(有璣)라는 승려가 있었다.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 사실을 기록한 선비가 몇 있다. 최흥원(1757)과 정위(1781), 시기가 정확하지 않은 김상정 등이 유기와 대화를 나눈 후 “더불어 이야기를 나눌 만하였다.”고 평했다. 그들은 유학과 불교의 차이에 대해서 밤새워 토로하면서 자신을 객관화 하는 기회를 가졌다.

 





  평소 만나는 친구들과 여유로운 토론을 할 수도 있다. - 가장 익숙한 것에서 발견하는 낯섦이다. 1553년 친구 사이인 허국선(許國善), 남시보(南時甫), 홍인우는 금강산 유람을 하면서 토론을 벌였다.
  ‘우리 세 사람은 여러 날을 함께 여행하면서 말고삐를 나란히 하거나 혹은 자리에 붙어 앉아 질의하고 토론하였는데, 마치 서로 싸울 듯이 논의하였다. 성기성물(成己成物)의 문제에 대해 토론할 때에는 나와 국선이 주로 대립하고 시보는 뒤따랐으며, 출처사지(出處仕止)의 문제를 논할 때에는 시보와 내가 대립하고 국선이 인정하였다. 불유소물(不遺小物)의 주제에 대해서는 국선과 시보가 대립하고 내가 인정하였다.’

 

 




 책도 사람을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행에서 만나는 것보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좋은 책에는 진솔한 고백과 수준 높은 화두가 골고루 담겨 있다. 여행 이상으로 솔직하면서고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친구와 여행할 때처럼 익숙한 책에서도 의외로 ‘새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전을 나이대별로 다시 읽어야 한다고 하는 이유다.
 




여행과 독서는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경험을 선사한다. 여행가라는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여행’은 결코 전문가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책을 파먹고 사는 사람이 있지만 ‘독서’는 결코 그들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다. 황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 것만큼이나 여행과 독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린 호사이자 (내 삶을 바꿀) 기회다.

 

참고>

정치영, <사대부, 산수 유람을 떠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4, 270쪽,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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