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민주 공화국 자원
콩고, 중국 아닌 한국 중소기업과 3조 규모 가로등 사업
한국산 태양광 공공 조명(가로등)이 아프리카의 밤을 밝힌다. 한국 기업이 향후 2~3년 안에 100만개의 가로등을 콩고민주공화국에 설치할 예정이다. 가로등 기둥과 전지, 태양전지판, 램프 모두 한국에서 가져간다. 주요 부품을 모두 한국산이다. 주문액이 25억불(2조 8천450억)에 이른다.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비타퀴라 콩고민주공화국 농업개발부 장관이 케이시디 클로벌, 한영전기와 직접 계약서를 작성했다. 조명 기기 공급을 맡은 조제희(37) 한영전기 대표는 “단독으로 소화해내기 힘든 만큼 국내 조명 관련 강소기업과 손을 잡고 물량을 맞출 계획”이라면서 “향후 콩고에 공장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타퀴라 장관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전 일주일 일정으로 경북도청과 문경을 비롯한 경북 지역의 우수 중소기업을 방문해 한국의 발전상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한국 측 인사에게 “자원하나 없는 대한민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이 너무도 놀랍다.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와 성실성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계약 체결을 하면서 “한국이 세계적인 자원 부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의 새로운 성장 파트너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 계약에서 8개 부처 장관들을 일일이 설득해 한국을 사업 파트너로 정했다.
첫 번째 상생 파트너가 된 한영전기는 1986년에 설립해 가정용 변압기를 생산하다가 1990년대 초반 공공 조명으로 사업을 변경했다. 중소기업으로는 최초로 품질경영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서울시를 비롯한 관공서와 LH 등에 납품해왔다. 지난해까지 연매출 평균 100억을 달성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주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관의 역할이 컸다. 본국에 한영전기가 30년 넘게 한우물만 파온 까닭에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관공서에 꾸준히 납품하면서 품질을 인정받은데다 자체 공장을 보유한 점 등을 들어 이번 사업에 가장 적합한 기업으로 보고했다. 조 대표는 대사관 측의 요청을 받고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콩고로 넘어가 현지 조사를 했다.
조 대표는 현지 관리들의 안내를 받아 기존에 설치된 태양광 가로등을 살펴봤다. 중국이 무상으로 설치해준 제품들이었다. 하루 충전에 하루 동안 불을 밝히는데 그치는데다 5개 중 하나 꼴로 꺼져 있었다. 조 대표는 몇 번이나 차를 세워서 직접 장갑을 끼고 가로등 안전기를 열어 제품을 살펴봤다. 이를 지켜본 현지인들이 “중국 사람들과 너무 다르다. 대표가 직접 장갑을 끼고 이렇게 꼼꼼하게 들여다볼 줄은 몰랐다. 신뢰가 간다”는 평가를 했다. 이들의 의견이 계역 성사에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조 대표는 “현지 관리 한 분이 ‘중국인들이 도로를 깔면 2년이 안 돼 흙길과 도로가 구분이 안 된다. 무상이긴 하지만 너무 질 낮은 제품을 준다. 그러고도 가져갈 건 다 가져간다’는 푸념을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공공 조명의 경우 한국 대기업이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을 달면 하루 충전으로 4일 동안 불을 밝힐 수 있고 고장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80년 동안 벨기에 식민지로 있다가 1960년 독립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한반도 면적의 11배에 이르는 국토에서 나오는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한국보다 높은 경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의 경우 콩고가 세계 매장량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도 전체 매장 자원의 1%를 조사한 결과에 불과하다. 식민지 시대 이후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다양한 무상 지원을 하는 한편 콩고의 지하자원과 다양한 사업권을 따내왔다. 지금도 중국 외교부에서 가장 먼저 챙기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조 대표는 “현지인들을 만나보니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의지가 강해보였다”면서 “그 실질적 조치가 이번 가로등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중국은 30년 전쯤에 콩고 국회의사당을 지어주면서 20년 동안 무관세로 중국 제품을 수입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이권을 챙겼습니다. 현재 콩고에는 중국 교민이 50만인데 이들이 생필품 시장까지 장악을 했습니다. 되로 받고 말로 퍼주는 현상이 반복되다보니 현지인들의 불만이 커진 것 같더라고요.”
콩고는 2012년 국회의사당을 건설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을 거절했다. 1억불을 들여 콩고 정부에서 직접 건설했다. 일종의 경제 독립 선언이었다. ‘광물 식민지’라는 오명을 벗으려는 첫 걸음이었다. 조 대표는 “콩고의 움직임은 아프리카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콩고가 아프리카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주변 국가들이 모델로 생각하는 아프리카 중심 국가라고 하더군요. 그런 만큼 한 발 한 발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가로등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이를 강렬하게 원하고 있구요.”
크리스토퍼 응웨이 은단보 주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는 “조만간 루메아 국토해양부 장관과 앙드레 킨부타 킨샤사주 주지사가 한국을 찾아 건설과 관정, 농기계를 비롯해 한국과 손잡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물색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우리는 자원이 많고 한국은 특유의 성실성과 꼼꼼함이 뒷받침된 기술력이 있다. 한국이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제 성장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