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뜻
제비뽑기보다 못한 시험
시험은 인재를 공정하게 선발하려고 만든 제도지만 내용과 결과 모두에서 늘 의구심이 있었다. 기껏 공부한 내용이 현실에서는 별 소용에 닿지 않는 내용이거나 시험 보는 재주만 뛰어난 사람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여기에 시험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입김이 작용하거나 부정행위가 통한다면 최악의 제도로 전락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시행된 시험은 과거다. 실학자 박제가는 과거의 폐해를 통렬하게 지적했다. 그의 지적을 꼼꼼히! 뜯어보면 그저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귀가 번 쩍 뜨이는 내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실용성에 대한 지적이 날카롭다. 과거 준비하면서 공부하는 과목으로는 임금이 던지의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하기 힘들다고 평했다. 또한 사실을 기록이나 정서를 드러내기에 힘들다고 분석했다. 열심히 공부하지만 일을 하는 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 - 요즘도 그렇다. 스펙이 실제 업무와 얼마나 깊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제비뽑기로 그 수를 채우는 것만도 못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유는, 문벌과 붕당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응시자의 실력보다 입김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중요한 시험에는 늘 이런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인재가 과거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박제가에 따르면 ‘결국은 문벌과 붕당으로 승진이 막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고 이런 일이 없을까. 패거리는 늘 문제였다.
그는 시험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인재를 발탁하는 다양한 제도와 학자적 양심을 들었다.
우선, 그는 인재를 채용하는 관문이 과거밖에 없다보니 공자처럼 위대한 인물도 과거를 봐야 할 판이라고 지적한다. 시험 자체가 필요 없는 인물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부분에서 융통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예도 든다.
‘옛날에 구양수는 소식을 위하여 시험 날짜를 연기했었다. 그가 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시기를 늦춰서라도 뽑은 것이다.’
진짜 인재를 뽑으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부정행위나 누군가에게만 유리하도록 시험을 출제하는 것은 결국 진심과 양심이 부족한 까닭이라는 말이다.
그는 시험이라는 제도를 ‘평범한 선비는 제도적으로 차단시키고 우수한 선비는 제도를 뛰어넘어 우대’하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자라도 시험에 응시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 않고, 재능이 없더라도 문벌과 붕당에 따라 시험을 수월하게 통과하고 요직에 임용시키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탄하면서.
평범한 사람을 걸러내고 적합한 사람은 제도를 뛰어넘어서라도 임용한다면 누가 진짜 실력을 연마하지 않을까. 시험을 위한 시험이 난무하고 실력 외의 것들이 작용한다면 시험을 결국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창의력과 새로운 물결에 적응하는 일이 중요해진 시대일수록 더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다.
참고>
박제가, 박정주 옮김, <북학의>, 서해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