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요리의 비결

짱구는옷말려요 2020. 7. 20. 13:47

요리의 비결

 

 

 

 

 

요리에서 발견한 기술의 역사

 


새로운 기술이 발견되고, 이것이 대중화에 성공하면 기술은 새로운 국면으로 올라서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원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다수가 혜택을 입지 못하면 대박이 나기 힘들다. 기술에 적응되면 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강한 기업’들이 탄생한다.

 

 

 


기술의 발견

 


채소는 원래 풀이었다. 인류가 풀을 먹을 수 있게 된 데는 2가지 기술이 적용됐다.

작물화였다. 감자, 콩, 과일 등은 야생 상태로 두면 새나 먹을 만큼 작아진다. 인간은 이를 먹을만하게 변형시켰다.

 


또 하나 해결해야 하는 것은 독소다. 풀은 대부분 독을 가지고 있다. 풀에는 왜 독이 있을까. 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강낭콩에는 렉틴으로 곤충과 진균의 공격을 막는다. 채소에 남은 독을 해결하는 방법은 요리라는 ‘기술’이었다. 요리하면 질긴 음식은 연해지고 독성도 약화되거나 사라졌다. 강낭콩은 삶아서 요리하면 렉틴이 파괴된다.

 

 

 


대중화

 


좋은 작물은 대중화 과정을 거쳤다. 교통과 통신이 발전하기 전 작물은 사람을 따라 이동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나라가 잉카였다. 그들은 특정 지역에서 반란이 일으나면 그 지역 사람들을 작물과 함께 타지역으로 이동시켰는데, 기존 작물을 심어서 키우기 용이한 곳으로 보냈다. 그렇게 작물과 농업 기술을 제국 전체로 퍼트렸다.

 


‘반란’은 살기 힘들어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장기적으로 반란은 효과를 발휘했다. 제국의 ‘원 플러스 원(반란민+작물) 이주 정책’ 덕분에 제국내 작물이 위아래로 전파됐다. 채배되는 채소가 많아진 덕에 19세기 아일랜드가 감자 파동을 겪었지만, 잉카는 안전했다.

 


안데스산맥에는 4가지 감자종을 비롯해 20여 종의 뿌리 작물이 작물화됐고, 지금도 재배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 작물화와 요리, 대중보급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신기술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면 하루아침에 망하는 건 일도 아니다.

 


요리에서는 ‘맛의 재발견’ 혹은 ‘맛의 강화’라는 신기술이 도입되었다. 적당히 그리고 배부르게 먹는 데서 미식의 차원으로 올라서려는 몸부림이었다.

 


맛은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등으로 분류됐다. 여기에 ‘감칠맛’이 더해진 건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감칠맛이 실체를 인정받은 건 1909년이었다. 이케다 기쿠나 도쿄제국대학 화학과 교수의 눈문을 통해서였다. 그는 논문에서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독특한 맛, 주로 생선과 고기에서 느껴진다. 가다랑어와 다시마를 우려낸 맛국물에서 가장 뚜렷하다’고 했다. 이 독특한 맛의 실체는 ‘글루탐산나트륨’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학생 중 하나가 가다랑이에서 ‘이노신산’이라는 분자를 분리해냈다. 감칠맛의 실체가 더 심층적으로 밝혀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몇십 년 뒤, 1950년대에 효모 연구자 한 명이 효모에서 ‘구아닐산’이라는 ‘리보뉴클레오티드’ 생성되는데, 이 또한 감칠맛이 난다는 것을 밝혔다.

 

 

 


실체를 확인한 다음에야 이를 적극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은 감칠맛의 요소가 풍부한 식재료를 담뿍 넣어서 맛국물을 우려내기 시작했다. 맛의 발전이었다.

 


참고>

조너선 실버타운,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노승영 옮김, 서해문집, 2020년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산가족 상봉  (1) 2020.08.30
영남 만인소 사건  (0) 2020.07.25
고려의 토지제도  (0) 2020.07.01
공포정치  (0) 2020.06.10
민주주의의 기본정신  (0) 20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