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산가족 상봉

짱구는옷말려요 2020. 8. 30. 18:41

이산가족 상봉

 

 

 

축제

 


1983년 그리고 ‘이산가족찾기’.

 

 

 


당시 한국에서 이산가족찾기를 취재했던 ABC 방송국의 리트키 기자는 이 ‘국민적 이벤트’를 이렇게 평가했다.

 


‘1979년 부산에서 대학생들이 시위에 나섰고, 박정희 대통령 사후에는 광주에서 큰일이 있었다. 3년 동안 한국인들은 화가 나 있었고 또 슬픈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 이산가족 상봉으로 전 국민이 희망을 갖게 되고 단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전 국민이 화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말했다.

 

 

 


‘KBS는 이런 모든 아픔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갖고 있던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가능했다고 본다. 이산가족상봉을 통해 이러한 아픔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권력도 이산가족찾기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었다. 30년 동안 헤어져 있던 형제와 부모를 찾는 일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축구 외의 이슈에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그때는 그저 감동이었겠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한국의 전통과 한국인의 감성과 해학, 재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 적지 않다.

 

 

 


10대 독자를 찾은 고모가 등장했다. 조카는 (습관적으로) 어릴 때 가출을 여러 번 했는데, 남의 집의 양자로도 갔다가 결국 또 가출해서 고아원에 갔다. 조카가 갑자기 “(고모집에서) 배가 고파서 집을 나왔다”고 고백했다. 10대 독자를 굶겼다는 것! 오열하던 고모가 머쓱했던지 조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니가 홍길동이다.”

 


사회자를 돌아보면서 “얘가 집을 잘 나갔어요. 홍길동이에요.” 하고 말한다. 배 고파서 나갔다기보다 홍길동처럼 가출 기질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즉흥적으로 꺼낸 말인데 오랫동안 고민했던 말보다 더 멋있다. 한국문화의 즉흥성이 여기서도 발휘되는 듯.

 


https://youtu.be/cpRnO2ZcH00

 

 

 


남매가 30년 만에 만았다. 오빠는 고아원에 들어갔고, 더 어렸던 동생은 남의 집에 양녀로 들어갔다. 너무 어렸던 탓에 동생은 본명을 잊어버렸다. 친오빠는 동생임을 확인하고 오열하면서 이름을 잊어버린 동생을 타박하듯 이렇게 말한다.

“너는 김씨가 아니라 허씨다.”

 


그 다음에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르고도 남을 멘트가 등장한다.

 


“이름은 알아야지. 개들도 이름이 있는데. 정애라니, 니 이름이 현옥이란 말이야!”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것마저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라니. 앞뒤 좌우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보다 더 적당한 비유는 없을 것 같다.

 


https://youtu.be/9kk11wIkCB0

 

 

 

 


Kpop 열풍을 예견한 게 아닐까 싶은 장면도 있다. 중년 여성 하나가 사회자가 마이크를 대자 대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그 노래를 듣고 가족이 찾아왔다. 그 노래가 어릴 때 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부른 노래였던 것. 언니가 그 노래를 기억하고 찾아온 것이다. 사회자가 혹시 아버지도 방송을 보고 있을지 모르니까 노래를 더 불러보라고 했다.

 


“불러볼까요?”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3목이 메어서 노래를 부르겠나, 싶은데 엉엉 울다가 마이크를 잡았는데도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것처럼 음정 하나 안 틀리고 잘 불렀다.

 


https://youtu.be/yxiSQQG4914

 

 

 

 


국채보상운동, 3.1 운동, 4.19, 이산가족찾기, 금모으기, 2002년 월드컵... ‘우리’라는 실감케 한 사건들이었다.

 

 


참고>

이산가족찾기 동영상(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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