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짱구는옷말려요 2024. 1. 1. 23:27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완벽하지 않아서 완벽한

 

밤중에 천신이 강림하여 다 만들어놓고 돌아갔다.’

 

삼국유사5 ‘효선 대성효이세부모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김대성은 석굴암을 지은 사람이다. 천신이 강림한 사연은 이렇다. 김대성이 석굴암의 감실 뚜껑을 얹어야 했는데, 갑자기 돌이 세 개로 조각나고 말았다. 돌이 깨져버렸으니 일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 그는 화가 나 그냥 쓰러져 잠들어 버리고 만다. 그가 잠에 빠져 있을 때 천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덮개돌을 천장에 올려놓았다. 김대성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천신을 쫓아갔다. 남쪽 고개에서 향나무를 불태워 천신에게 바쳤다.

 

실제로 석굴암에 가보면 감실 덮개돌이 조각이 나 있다. 설화가 사실이라면 이유 없이 깨져버린 돌을 천신이 내려와 얹어주고 간 흔적이다.

 

만약 제 자리에 놓기 전에 덮개돌이 깨졌다면 그건 천신 혹은 그에 버금가는 능력자가 활약한 것이 맞다. 당시 기술로는 깨진 돌을 돔의 중앙부에 동시에 끼워 넣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구조적으로 볼 때 따로따로 끼워 넣기는 더 어려웠다.

 

납득할 만한 상황 설명은 하나다. 멀쩡한 덮개돌을 끼워 넣었으나 돔을 구성한 석재의 무게 때문에 갈라진 것. 석재의 하중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 어려웠던 만큼 공사가 마무리된 후 일정 기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벌어진 사고가 아니었을까.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다.

 

수리는? 석실 전체를 다시 들어내는 공사는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스토리를 입히는 방식을 택했을 것이다. 천신을 불러와 균열마저 아름다운 이야기로 커버했다. 방문객이 금이 간 석실 덮개를 지적할 때마다 승려들은 천신의 전설을 들려주며 그것마저 나름의 신앙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파하지 않았을까.

 

석굴암이 균열 하나 없이 완벽했더라면 오히려 그 아름다움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것은 곧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빈틈이 있다. 그 빈틈으로 쉬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인간의 완벽에는 빈틈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빈틈없이 완벽을 추구하면 얻을 거라곤 우울증밖에 없다.) 천신의 이야기를 통해 후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인간적인 완벽에 대한 교훈이 아니었을까. 석굴암이 전하는 완벽한 교훈이다.

 

참고>

최희수 외, <삼국유사와 신비로운 이야기>, 바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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