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밤
아마추어의 반란
‘아마추어’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프로가 보기엔 어쭙잖아 보이는 구석이 많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데는 오히려 뭔가 비어 있고 모자란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기존의 룰을 온전히 따르자면 새로운 것을 담아내기가 힘든 까닭이다.
기술은 결국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너무 정밀하게 완성되면 새로운 생각이나 시도를 반영하기 어렵다. (천재라면 전복적 사고도 가능하겠지만, 천재가 쉬운 게 아니다.) 대부분 기존에 완성된 것을 답습하는데 그치고 만다. 사실 그것만 해도 황홀할 정도로 훌륭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무엇은 필요 없다고 믿게 만들 수도 있다.
다만 ‘별난’ 사람들이 존재한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이들이다. 어린 세대들은 당연히 그렇다. 가요를 예로 들자면 명곡들은 여전히 들을 만하지만, 현재의 내 삶을 담아낸 노래를 원하는 어린 세대들은 새로운 음악과 이야기에 열광한다.
‘한국음악 최고의 발명품.’ 1890년 이후 탄생한 산조에 붙는 수식어다. 수식어를 놓고 보자면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이 만든 음악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당시까지 기악계의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던 피리, 대금 등의 관악기나 해금 연주자가 아니라 가야금에서 시작됐다. 당시 가야금은 아마추어 음악으로 여겨졌다.
인간의 삶과 욕구는 세대와 시대를 넘어 비슷한 양상을 띠지만, 그 안에서 겪어내고 경험하는 사람은 새롭기 짝이 없다. 인간이 가장 깊이 응시하는 대상은 바로 눈앞의 현실이다. 그 삶이 모여 새로운 생각이 되고, 특정한 시대, 또 세월이 된다. 그 생각과 시대를 담아내지 못하는 기술이나 형식은 마니아의 영역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과거의 혹은 완성된 기예나 기술보다 지금의 삶과 시대가 덜 중요하다면 할 말이 없지만.